선빵, TRY

ch3224.bin · November 7, 2019

선빵

지하 1층 수영장 문을 밀고 들어갔다. 아이 셋이 바닥에 앉아서 놀고 있었다. 엄마들은 아이들 뒤에 모여 서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자유수영 입장권을 뽑으려 매표기기로 가면서 아이들이 뭐하는지 힐끔보았다. 따조같은 동그란 딱지들을 바닦에 늘어놓고 딱지치기를 하고 있었다.
딱지들의 주인인 듯한 아이가 큰 소리로 한 아이에게 말했다. “선빵쳐, 내가 선빵치게 해줄께.”
그러자 반대편 아이가 “응, 근데 선빵이 뭐야?”라며 물었다.
이때 나는 아이들의 순박한 모습에 살짝 미소를 지었지만 다른 이들이 보기엔 음흉한 웃음이었으리라…
큰 목소리의 아이가 선빵에 대한 답을 내놓았다. “여기 선에 딱 놓고 쳐. 그럼 더 잘 넘어간다. 그게 선빵이야.”
선에 딱 놓고 치는게 선빵이었구나, 어린아이가 거친말을 쓴다고 오해한 내가 잘못했다. 어이 없어 하는건 나뿐만은 아닌것 같았다.
아이 뒤의 한 엄마도 다른 엄마들에게 웃으며 얘기했다. “먼저 때리는게 선빵아니였어?”

TRY

버스를 타고 집 앞 정거장에 내렸다. 횡단보도 신호를 기다리며 잠시 핸드폰을 꺼내 보았다.
옆에 아저씨가 횡단보도를 건너기 시작했다. 고개를 들어 신호를 보니 차신호가 방금 황색으로 바뀌었다.
부부로 보이는 커플 중 여성이 아저씨를 따라 무심코 횡단보도로 내려가다 같이 있던 남성의 제지로 다시 되돌아왔다.
횡단보도에 파란불이 들어오고 나는 빠르게 걷기 시작했다. 횡당보도 끝에는 아파트로 올라가는 상가 계단이 있고, 그 옆에는 계단을 오르지 않아도 되는 엘리베이터가 있었다.
그 아저씨는 이미 엘리베이터를 잡아 타고 있었다.
아저씨가 엘리베이터에 들어가고 얼마있지 않아 문이 닫히기 시작했다. 내가 정말 싫어하는게 코리안 올림픽이지만 뛰었다.
문이 거의 닫힐때쯤 엘리베이터 버튼을 눌렀다. 그 아저씨의 얍삽함에 화가 났다.
주먹으로 엘리베이터의 유리 문을 쾅쾅 두드렸다. 마치 TRY 광고 같이..(손바닥이 주먹으로 바뀌었다는 점 빼고는)
문이 열렸다. “아 그거 참” 이라고 말을 하며 들어갔다. 보아하니 내가 주먹으로 문을 칠때 당황한 아저씨가 문 열림 버튼을 누른 것 같다. 안쳤으면 그냥 올라갔겠지.
그 아저씨 옆에 나란히 정면을 보며 섰다. 유리에 비친 아저씨가 나를 보았다. 나도 아저씨를 봤다. 뭐라고 하면 되받아칠 말을 준비했다. 그 아저씨가 아무 소리 안하고 앞을 보았다. 나도 다시 앞을 보았다. 얍삽한 아저씨 다음에 또 보겠지.

Twitter, Facebook